6 스테이블 코인과 미국 국채(+ 지정학적 무기: 디지털 달러를 둘러싼 경쟁)
통화는 단순한 경제적 수단을 넘어, 언제나 지정학적 무기로 활용되어 왔다. 특히 달러는 전후 세계질서 속에서 금융제재, 무역통제, 외교 압박 등 다양한 전략의 핵심 수단으로 기능해왔다. 이제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면서, 이 전략 무기는 더욱 빠르고 보이지 않게 진화 중이다. 그 중심에는 스테이블코인과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의 경쟁 구도가 있다.
1. 디지털 달러 vs 디지털 위안: 보이지 않는 화폐 냉전
미국은 공식적인 디지털 달러(CBDC)를 아직 도입하지 않았지만, USDT, USDC 같은 스테이블코인을 사실상 디지털 달러로 인정하고 있는 분위기다. 반면, 중국은 디지털 위안(DCEP)을 통해 중앙정부가 직접 통제하는 디지털 통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 두 접근은 철학부터 다르다. 미국은 민간의 혁신을 통한 분산적 확산을 용인하고 있고, 중국은 정부 주도의 중앙집중형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결과적으로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남미 등 디지털 금융 인프라가 약한 국가들에서 스테이블코인 기반 달러가 빠르게 침투하며, 미국의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2. 제재 우회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
스테이블코인은 개방형 블록체인에서 누구나 접근 가능하다는 점에서, 미국이 주도해온 금융 제재 체계의 우회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도 있다. 실제로 이란, 북한, 러시아 등 제재 대상 국가들이 스테이블코인 또는 암호화폐를 이용해 일부 거래를 우회하려 했다는 보고가 있다.
이 때문에 미국 재무부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있으며, 테러 자금 세탁 및 불법 송금 차단을 위한 ‘트래블 룰(Travel Rule)’ 적용 확대를 추진 중이다. 스테이블코인의 글로벌 확산이 미국의 전략적 무기이자, 동시에 통제 불가능한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이중성이 드러나고 있다.
3. 규제 딜레마: 자유를 줄 것인가, 통제할 것인가
미국 내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을 어떻게 규제할지를 두고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 의원과 규제기관은 은행 수준의 규제를 적용해 통제를 강화하자고 주장하지만, 반대 진영은 혁신을 저해하고 중국의 디지털 위안에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한다.
SEC, OCC, CFTC 등 다양한 규제 기관들이 저마다 입장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까지 명확한 입법은 마련되지 않았다. 이는 미국이 디지털 금융 패권을 주도하기 위한 전략적 유연성을 유지하려는 의도로 해석되기도 한다. 결국, 스테이블코인은 규제와 자유 사이에서 미국 금융 패권의 외교적 도구로 진화 중이다.
요약 및 인사이트
스테이블코인은 단지 암호화폐가 아니라, 디지털 시대의 외교 수단이자 지정학적 무기다. 미국은 이 기술을 통제할 것인가, 활용할 것인가의 갈림길에 서 있으며, 그 결정은 향후 수십 년간 디지털 통화 전쟁의 방향을 좌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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