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스마트폰 속에서 독점 기업(경제적 해자) 찾아내는 방법
들어가며
지난 특별편에서는 주방과 장바구니에서 해자를 찾는 법을 다뤘습니다. 그런데 사실 우리가 하루에 가장 많이 들여다보는 건 냉장고가 아니라 스마트폰입니다. 평균적으로 하루 수십 번씩 화면을 켜는데, 그 안에도 강력한 해자를 가진 기업들이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스마트폰 해자는 왜 더 강력한가
조미료는 그래도 마음만 먹으면 다른 브랜드로 바꿀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스마트폰 속 서비스는 다릅니다. 메신저를 바꾸면 대화 상대를 다 옮겨야 하고, 클라우드를 바꾸면 사진과 파일을 전부 이전해야 합니다. 이렇게 옮기는 데 드는 시간과 번거로움을 '락인(lock-in) 효과'라고 부르는데, 이게 주방용품보다 훨씬 강력한 해자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마트폰 속 해자 찾기 3단계
해자 찾기 ① 매달 자동결제되는 구독 서비스
스마트폰 설정에 들어가서 '구독 관리' 메뉴를 열어보세요. 매달 빠져나가는 구독료 목록이 나옵니다. 신기하게도 "이거 해지해야지" 생각하면서도 몇 달째 그냥 두고 있는 서비스들이 있을 겁니다.
구독을 계속 유지하는 이유를 한번 따져보세요. 콘텐츠가 정말 좋아서인지, 아니면 가족과 공유 중이라 해지가 번거로워서인지, 혹은 다른 곳으로 옮기면 시청 기록이나 저장된 데이터를 잃기 때문인지. 후자일수록 해자가 강한 서비스입니다.
해자 찾기 ② 지우지 못하는 필수 앱
홈 화면 첫 줄에 고정된 앱들을 보세요. 메신저, 간편결제, 지도, 음악 앱처럼 도저히 지울 수 없는 앱들이 있을 겁니다. 비슷한 기능의 다른 앱이 있어도 "다들 이걸 쓰니까" 못 바꾸는 경우가 대표적인 해자 신호입니다.
특히 결제·인증 관련 앱은 한번 익숙해지면 다른 곳으로 옮기기가 더 어렵습니다. 비밀번호, 카드 정보, 거래 내역이 모두 그 앱 안에 쌓여있기 때문입니다.
해자 찾기 ③ 플랫폼 생태계 의존도
스마트폰 운영체제를 만든 회사의 계정 하나에 사진, 메일, 결제 정보, 연락처가 전부 묶여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 다른 운영체제로 옮기려면 수년치 사진과 데이터를 전부 이전해야 해서, 어지간하면 그냥 같은 회사 제품을 계속 쓰게 됩니다.
이건 개별 앱보다 훨씬 큰 단위의 해자입니다. 앱 하나를 지우는 것과, 쓰던 기기 생태계 전체를 바꾸는 것은 번거로움의 크기가 다릅니다.
진짜 해자인지 구분하는 체크리스트
| 질문 | 예 | 아니오 |
|---|---|---|
| 옮기려면 데이터 이전이 필요한가 | 강한 해자 | 약한 해자 |
| 주변 사람들도 같은 서비스를 쓰는가 | 네트워크 효과 해자 | 개인 선호에 가까움 |
| 요금이 올라도 계속 쓸 것 같은가 | 강한 해자 | 대체 가능성 있음 |
종합 사례 — 가상 스마트폰 점검
가상으로 한 사람의 스마트폰을 점검해보겠습니다. 구독 목록에는 영상 스트리밍과 음악 서비스가 3년째 유지되고 있고, 홈 화면에는 같은 메신저와 간편결제 앱이 5년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사진은 전부 클라우드에 저장돼 있어, 운영체제를 바꾸는 건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픈 일이 됩니다.
이 네 가지 서비스의 운영사를 정리해보면, 실제로 해당 분야에서 오랫동안 1위를 지키고 있는 기업들인 경우가 많습니다. 주방 편에서 찾은 후보들과 마찬가지로, 이제 이 후보들도 실제 재무제표와 가입자 추이로 검증하는 단계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마무리하며
주방에서는 가격 인상에도 안 바뀌는 습관을, 스마트폰에서는 옮기기 번거로운 락인 효과를 살펴봤습니다. 두 편을 합쳐보면, 해자는 거창한 곳이 아니라 우리가 매일 쓰는 물건과 손에 든 기기 안에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다음 단계에서는 이렇게 찾은 후보들을 실제 데이터로 검증하는 법을 다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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