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스테이블 코인과 미국 국채(+ 보이지 않는 기둥: 미국 국채의 패권적 역할)
세계 금융 시스템의 허리를 이루는 자산이 있다. 바로 미국 국채(US Treasury Bonds)다. 단순한 정부 채권이 아니라, 전 세계가 신뢰하고 거래하며 보유하는 ‘기축통화의 실물 기반’이다. 미국 달러가 국제 결제와 외환 시장의 중심에 설 수 있었던 근본 이유 중 하나는, 그 뒤에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불리는 미국 국채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1. 미국 국채는 왜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인가?
미국은 세계 최대의 채무국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국채는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평가받는다. 그 이유는 단순한 신용 등급이나 경제 규모를 넘어선 제도적·군사적·정치적 신뢰에 기반한다.
미국 정부는 달러를 무한정 발행할 수 있는 발권력을 보유하고 있고, 기본적으로 자국 통화로 발행된 국채는 디폴트 리스크가 사실상 없다. 이는 ‘무위험 이자율(risk-free rate)’의 기준으로 사용될 정도다.
이 안정성 덕분에 미국 국채는 글로벌 은행과 기관투자자, 중앙은행이 ‘기본 담보’로 사용하거나, 외환보유액으로 편입할 때 가장 먼저 선택하는 자산이 되었다. 결제 안정성, 유동성, 환금성이라는 3대 요소를 모두 갖춘 미국 국채는 세계 금융 질서의 ‘디지털 금’이라 할 수 있다.
2. 글로벌 자본의 순환과 국채의 역할
중국, 일본,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무역흑자국은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를 미국 국채로 되돌려 투자한다. 이를 ‘쌍순환 글로벌 금융 구조’라고 부른다. 한쪽에서는 상품을 팔아 달러를 벌고, 다른 쪽에서는 그 달러를 미국 국채에 투자함으로써 다시 미국 소비자에게 자금을 제공하는 순환 구조가 완성된다.
중앙은행과 국부펀드도 마찬가지다. 국제 통화로서의 달러 보유 전략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자산은 현금이 아니라 국채다. 이들 기관은 국채를 외환보유액으로 축적하면서, 동시에 수익성과 안전성을 모두 확보한다. 2023년 기준 전 세계 외환보유고의 60% 이상이 달러 자산이며, 이 중 상당수가 미국 국채로 구성되어 있다.
3. 금본위제에서 페트로달러까지: 국채 시장의 역사적 배경
미국 국채의 패권은 갑자기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브레튼우즈 체제에서 시작된 금본위제, 그리고 1970년대 페트로달러 시스템은 모두 미국 국채의 확장을 위한 기반이 되었다.
1944년 브레튼우즈 협정 이후, 달러는 금과 고정 환율로 연결된 국제 통화가 되었고, 세계 각국은 달러를 얻기 위해 미국과의 교역을 늘려야 했다. 이후 1971년 닉슨 쇼크로 금 태환이 중단되면서, 달러는 실물 금 대신 국채라는 채무 기반 자산에 의해 뒷받침되기 시작했다.
1973년 이후 미국은 사우디 등 산유국들과 협력해 달러로만 석유를 거래하는 ‘페트로달러 시스템’을 구축했다. 산유국들은 석유 수출 대가로 받은 달러를 미국 국채에 재투자함으로써, 달러-국채-석유라는 세계 자본 흐름의 삼각 구조가 완성되었다.
요약 및 인사이트
미국 국채는 단순한 부채가 아니라, 세계 금융 시스템이 신뢰하는 디지털 시대의 ‘보이지 않는 기둥’이다. 이 국채에 대한 수요가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떠받치고 있으며, 스테이블코인 등 디지털 자산 생태계도 결국 이 신뢰 체계 위에 구축되고 있다. 다음 편에서는 이 거대한 전통 자산의 질서에 도전하고 있는 스테이블코인의 등장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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